과거의 대학가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학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부산대 앞은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돌아갈 필요도 없다.
부산대가 있는 장전2동을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나는 부산대 앞의 빈 점포와 달라진 거리를 자주 마주한다. 그때마다 단순히 경기가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대 앞의 위기는 몇몇 가게가 장사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상인들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가장 쉽고도 무책임한 진단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대학상권을 떠받쳐 왔던 구조 자체의 붕괴다.
수치도 냉정하다. 부산대 앞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3년 4분기 27.2%까지 치솟았고, 2024년 4분기에도 23.4%를 기록했다. 2025년 4분기에는 21.6%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가 다섯 곳 가운데 한 곳 이상이 비어 있는 수준이다. 일시적인 경기침체로 보기에는 너무 오래됐고, 규모도 크다.
하지만 이것은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대학가는 어느 도시에서나 가장 젊고 활기찬 공간이었다. 매년 새로운 학생이 들어왔고, 학생들은 학교 앞에서 밥을 먹고 옷을 사고 사람을 만났다. 대학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정한 소비가 만들어졌다.
그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통계당국은 6세부터 21세까지의 학령인구가 2022년 750만 명에서 2040년까지 337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청년인구 역시 같은 기간 1,061만 명에서 339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과 청년이라는 대학상권의 기본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2025년 6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약 21조9천억 원이었고, 그중 모바일쇼핑 비중은 77.8%에 달했다. 음식서비스 온라인 거래액도 전년 같은 달보다 12.9% 증가했다. 과거 대학가에서 해결하던 쇼핑과 식사의 상당 부분이 휴대전화 안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대학상권의 몰락은 단순한 사회현상을 넘어 사회문제다.
가게 몇 곳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처음 장사를 시작하던 공간, 작은 공연과 전시가 열리던 공간, 학생과 주민이 자연스럽게 섞이던 공간도 함께 사라진다. 공실이 늘어나면 거리는 어두워지고, 보행은 줄어들며, 다시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런데 부산대 앞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상권이 너무 크다.
학생과 오프라인 소비는 줄었지만 상권의 면적과 점포 수는 전성기 규모로 남아 있다.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은 그대로다. 아무리 행사를 열고 방문객을 불러도 넓은 상권 전체를 예전처럼 채우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우리가 흔히 ‘부산대 상권’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실제로 하나의 상권이 아니다.
부산대역 주변은 지역주민과 환승객, 외부 방문객이 주로 이용한다. 역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중심거리는 약속과 식사, 카페와 쇼핑이 결합된 공간이다. 학교 정문과 인접 골목은 학생과 교직원의 점심과 일상 소비가 중심이다. 자취촌은 1인 가구의 주거생활권이고, 주민들이 이용하는 장보기와 의료·생활서비스 공간은 또 따로 형성돼 있다.
같은 부산대 앞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도, 소비하는 시간도, 지출하는 목적도 전혀 다르다.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과 접근성이다. 자취생에게는 배달과 편의성, 세탁과 생활서비스가 중요하다. 지역주민은 안정적인 생활상권을 원한다. 관광객과 외부 방문객은 부산대 앞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과 문화, 공간을 찾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이 서로 다른 공간을 하나의 상권으로 보고 비슷한 시설과 행사를 반복해 왔다. 모든 골목에 같은 조명을 달고, 비슷한 축제를 열고, 지원을 골고루 나누면 상권 전체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원을 넓게 분산하면 어느 골목도 강한 목적지가 되지 못한다.
부산대 하이브상권에는 60억 원 규모의 상권 활성화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분명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예산이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공간 진단 없이 사업을 나누면 몇 차례 행사와 시설물만 남고, 사업이 끝난 뒤 다시 공실이 늘어나는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부산대역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핵심축은 부산 전역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문화·외식·청년 브랜드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와 팝업, 공연과 야간 프로그램도 이 축에 집중해 눈에 보이는 밀도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과 교직원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학교 인접 지역은 저렴한 식사와 학습·창업·교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자취촌은 카페를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주거와 세탁, 공유주방, 택배, 수리와 같은 1인 가구 생활서비스를 채우는 편이 현실적이다. 지역주민의 생활권은 의료와 돌봄, 장보기와 가족 단위 소비가 가능한 안정적인 상권으로 다뤄야 한다.
관광객과 외부 방문객을 위한 동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부산대역에서 중심거리와 캠퍼스를 거쳐 온천천과 주변 골목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만들고, 음식과 공연, 지역 브랜드를 연결해야 한다. 단순히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부산대 앞에서 몇 시간을 머물며 소비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불편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결정이 있다.
장기간 수요가 부족한 공간을 모두 다시 상가로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
일부 공실은 청년주거와 작업실, 공유오피스, 교육공간, 창업실험실과 문화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게가 비었다고 또 다른 음식점과 카페를 넣는 것은 공급과잉을 반복하는 일이다. 상업공간을 줄이는 것이 상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야 할 상권을 더 강하게 만드는 전략일 수 있다.
모든 골목을 살리겠다는 말은 듣기에는 좋다.
하지만 정치는 가능하지 않은 약속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거리에는 사람과 예산을 집중하고, 어떤 공간은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부산대 앞의 회복을 방문객 수와 행사 횟수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실제 매출이 늘었는지, 다시 방문했는지, 새로 들어온 가게가 몇 년 뒤에도 살아남았는지를 봐야 한다.
나는 부산대 앞이 다시 북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처럼 학생들만으로 거대한 상권 전체가 채워지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학생과 자취생, 지역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각자의 이유로 찾아오고, 서로 다른 블록이 하나의 도시 경험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대학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대 앞의 목표는 과거의 영광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대학상권이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면, 부산대 앞은 그 위기를 가장 먼저 해결한 곳이 되어야 한다.
상권을 무작정 넓게 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압축하고, 공간마다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
부산대 앞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이 아니다.
어디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결정하는 더 정확한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