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는 열 곳인데, 여행은 아직 한 줄로 이어지지 않는다

금정은 관광지가 부족한 곳이 아니다.

관광객에게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는 질문의 답을 주지 못하는 곳이다.

먼저 정확하게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공개된 통계만으로 ‘금정구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를 1위부터 정확하게 나열하기는 어렵다. 금정산·범어사·회동호처럼 입장권이나 출입구가 없는 개방형 관광지는 방문객을 일관된 기준으로 집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요관광지점 통계도 지역 전체 관광객 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한국관광 데이터랩 역시 이동통신 기반 방문자 수는 절대적인 총량보다 추세를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그렇다고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금정구가 공식적으로 선정한 10대 관광명소는 금정산, 범어사, 회동수원지, 서동미로시장, 스포원파크, 한국이슬람부산성원, 요산문학관,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금정산성마을, 부산대 젊음의 거리다. 이를 실제 방문 목적에 따라 나누면 금정 관광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금정산·범어사·금정산성마을을 잇는 역사·생태 관광이다.

둘째는 회동호·땅뫼산·오륜대로 이어지는 수변·휴식 관광이다.

셋째는 부산대 젊음의 거리와 장전동을 중심으로 한 청년·문화·상권 관광이다.

문제는 이 세 축이 각각 존재할 뿐, 하나의 여행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정산은 2026년 3월 3일 대한민국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총면적은 66.859㎢이며 부산 6개 자치구와 양산시에 걸쳐 있다. 부산연구원은 금정산의 등산·휴양 등 직접적인 이용가치를 연간 약 631억 원으로 평가했다.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북한산과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사람을 불러올 힘은 이미 충분하다는 뜻이다.

축제에서도 가능성은 확인됐다. 2024년 금정산성축제에는 사흘 동안 약 5만 명이 방문했다. 그러나 2022년 축제 평가에서는 방문객의 60.6%가 축제장에 머문 시간이 약 2시간 이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가 다른 조사이므로 현재 상황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금정 관광이 오래전부터 안고 있던 과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데려오는 것과 사람을 머물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부산지역 관광지 242곳을 분석한 2025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관광지 주변에 음식점·숙박·문화시설이 밀집하고 다른 관광지와의 이동 경로가 잘 연결된 지역일수록 음식, 쇼핑, 숙박 분야의 관광 지출이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경관은 좋지만 주변 시설과 다른 관광지와의 연결성이 낮은 곳은 체류시간이 길더라도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힘이 약했다.

결국 금정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광지 하나가 아니다.

이미 있는 장소들을 하나의 하루로 만드는 일이다.

범어사를 찾은 사람이 금정산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금정산성마을에서 식사하고, 산성막걸리와 지역문화를 경험하고, 장전동이나 부산대학로에서 저녁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

회동호를 찾은 사람이 땅뫼산 황토길만 걷고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륜대의 풍경과 지역의 카페·음식점·문화공간을 함께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부산대를 방문한 사람이 단순히 식사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온천천과 장전동 골목, 공연과 전시, 지역 상점을 하나의 청년문화 코스로 기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지도 한 장을 더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출발역과 주차장, 이동시간, 식사 장소, 카페, 화장실, 포토존, 체험 프로그램, 저녁 콘텐츠까지 하나의 화면에서 보여주는 ‘금정 하루여행’ 시스템이 필요하다. 각 장소를 홍보하는 행정을 넘어 방문객의 하루 전체를 설계하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정의 경쟁자는 해운대도, 광안리도 아니다.

금정에 들어온 사람이 한 곳만 보고 두 시간 만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지금의 동선이 우리의 진짜 경쟁자다.

이제 ‘금정에는 볼거리가 많습니다’라는 홍보는 그만해도 된다.

정말 필요한 것은 방문객이 금정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쉬고, 무엇을 기억하며 돌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명소를 나열하는 도시가 아니라,

한 사람의 하루를 완성해 주는 금정.

그것이 국립공원 시대를 맞은 금정 관광이 가야 할 다음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