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새 아파트부터 떠올렸다.

낡은 집을 허물고 높은 건물을 세우면 동네가 발전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도시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역대 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개발 구역이 늘어나고, 사업이 빨라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금정이 발전하고 있다는 근거처럼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물어야 한다.

콘크리트 풍경이 과연 금정의 미래인가.

2008년 금정구의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금정구에만 18개의 재개발·재건축 대상 사업지가 있었다. 그때도 이미 세입자와 저소득 주민의 이주, 주민 갈등, 사업 장기화와 비용 증가가 문제로 지적됐다. 재개발이 남길 부작용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낡은 주택을 보면 새 아파트를 떠올렸고, 오래된 골목을 보면 철거부터 생각했다. 주민의 삶과 동네의 역사, 보행과 녹지, 도시 전체의 모습보다 몇 세대가 공급되고 얼마나 높이 지어지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다.

물론 재개발은 필요하다.

집이 낡고 위험한 곳,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 주차와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

주민이 더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요구도 존중해야 한다.

나는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한다.

새 아파트는 도시 발전의 목적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집은 새로 지어졌는데 동네의 나무가 사라지고, 산을 바라보던 길이 높은 벽으로 막히며, 주민이 걸을 공간과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줄어든다면 그것을 온전한 발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재개발이 끝난 뒤 아파트만 남고 동네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주택정비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도시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재개발 사업을 구청장이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비구역의 최종 지정권한은 부산시장에게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구청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주체는 구청장이며, 그 계획에는 건축물의 높이와 용적률뿐 아니라 도시계획시설, 환경보전, 재난방지, 세입자 주거대책까지 담을 수 있다. 구청은 단순히 민간 사업의 서류를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행정기관이다.

지난 구청장들이 재개발을 성과로 말하려 했다면, 적어도 이런 질문에는 답했어야 한다.

재개발 이후 나무는 얼마나 늘었는가.

주민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금정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남았는가.

아이와 어르신이 쉴 수 있는 공공공간은 얼마나 확보됐는가.

기존 주민은 다시 그 동네로 돌아올 수 있었는가.

몇 개 동의 아파트를 지었는지만으로는 도시의 성공을 판단할 수 없다.

도시는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주민이 누리는 삶의 질로 평가해야 한다.

금정에는 다른 지역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자산이 있다.

금정산이 있고, 범어사가 있다. 회동호와 윤산, 온천천과 동네 곳곳의 공원이 있다.

금정이 해운대나 센텀처럼 될 필요는 없다.

바다를 가진 지역과 고층 건물의 숫자로 경쟁할 이유도 없다.

금정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금정을 더 금정답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그 방향이 숲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숲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재개발을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재개발의 기준을 바꾸자는 것이다.

앞으로 금정의 재개발은 얼마나 높이 짓는가보다 얼마나 푸르게 만드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아파트 단지를 높은 담장과 주차장으로 둘러싸는 대신, 주민과 이웃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녹지와 보행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상에는 자동차보다 나무와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금정산을 향한 조망과 바람길을 막지 않도록 건물의 배치와 높이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한다.

단지 안에만 나무를 심고 끝낼 것이 아니라, 주변의 공원과 골목길, 학교와 하천까지 녹색길로 연결해야 한다.

개발이익의 공공기여도 조형물이나 형식적인 화단이 아니라 주민이 실제로 이용하는 작은 숲, 그늘길, 쉼터와 생활 기반시설로 돌려야 한다.

금정구가 2025년 수립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도 생활권 도시숲 조성과 공원·녹지의 연결 강화를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같은 계획은 폭염으로 인한 주거지역의 열 스트레스와 도시 열섬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 지적한다. 숲은 더 이상 보기 좋은 장식이 아니다.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도시 기반시설이다.

이제 금정의 도시정책은 달라져야 한다.

낡은 것을 허물고 새것을 짓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개발하고 남은 공간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숲과 사람의 길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 건물을 배치해야 한다.

재개발을 통해 주택만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동네 전체가 더 걷기 좋고, 더 시원하고, 더 안전해져야 한다.

나는 역대 구정이 남긴 콘크리트 중심의 발전방식을 그대로 반복하고 싶지 않다.

재개발의 속도를 성과라고 말하기보다, 재개발을 통해 어떤 금정을 남길 것인지 먼저 묻고 싶다.

금정의 미래는 아파트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이 집을 나와 어떤 길을 걷고, 어디에서 쉬며, 어떤 도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다.

재개발이 필요한 곳은 재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더 높게만 지어서는 안 된다.

더 푸르게 짓고, 더 넓게 열고, 더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

콘크리트가 숲을 밀어내는 금정이 아니라,

새로운 개발이 다시 숲을 만드는 금정.

금정산에서 동네 골목까지 숲이 이어지고, 모든 도시개발이 그 방향을 따르는 곳.

금정의 미래는 콘크리트가 아니다.

금정을 숲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