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구에도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건축물, 관광객이 찾아와 사진을 찍는 조형물, 금정을 대표할 만한 상징적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질문부터 바꾸고 싶다.

금정에는 정말 랜드마크가 없는가.

금정산이 있다.

범어사가 있고, 회동호와 오륜대가 있다.

금정산성과 산성마을이 있고, 부산대학교와 젊음의 거리도 있다.

금정구가 공식적으로 선정한 10대 관광명소에도 금정산, 범어사, 회동호, 금정산성마을, 부산대 젊음의 거리 등이 포함돼 있다.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좋은 곳은 충분히 많은데, 이것을 하나의 ‘금정다움’으로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랜드마크라고 하면 우리는 너무 쉽게 높은 건물부터 떠올린다.

전망대를 세우고, 조형물을 만들고, 새로운 복합시설을 지으면 도시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물 하나를 짓는 것과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 주변 공간과 연결되지 않은 시설은 처음에는 주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하나의 건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랜드마크는 크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고,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정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분명하다.

바로 숲과 자연이다.

금정산의 숲이 있고, 범어사로 오르는 길이 있다. 회동호와 땅뫼산의 수변 풍경이 있고, 온천천과 윤산, 동네 곳곳의 공원이 주민들의 일상 가까이에 있다.

특히 금정산은 2026년 3월 3일부터 대한민국의 24번째 국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지정 면적은 66.859㎢이며, 부산 6개 자치구와 양산시에 걸쳐 있다.

금정에는 이미 전국적인 상징이 될 수 있는 자산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됐다고 해서 금정구 전체가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정산은 금정산대로, 범어사는 범어사대로, 회동호는 회동호대로 존재한다. 부산대 앞과 온천천도 각각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금정산을 다녀온 사람은 산만 보고 떠난다.

회동호를 찾은 사람은 산책을 마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부산대를 찾은 사람은 대학가 일부만 이용하고 돌아간다.

좋은 장소는 많지만, 금정에서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연결은 약하다.

금정의 문제는 볼거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볼거리와 일상, 상권과 이동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금정의 랜드마크를 논할 때는 “무엇을 새로 지을까”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연결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금정산과 범어사, 산성마을은 자연과 역사, 지역 음식이 이어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

회동호와 오륜대는 걷기만 하고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휴식과 문화, 주변 상권이 함께 연결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부산대와 장전동은 학생들만 이용하는 대학가를 넘어 청년문화와 공연, 창업과 지역 브랜드가 모이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온천천과 윤산, 동네 공원은 각각 떨어진 녹지가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생활권이 돼야 한다.

결국 금정산의 숲이 산에서 끝나지 않고 도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거리에는 나무와 그늘이 있어야 하고, 공원과 산책길은 끊기지 않아야 한다. 아이와 어르신, 유모차와 휠체어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금정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는 쉴 공간이 필요하고, 도시철도역에서 금정산과 회동호로 향하는 길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전망대 하나보다 주민이 매일 걷는 길이 먼저다.

조형물 하나보다 금정산을 다녀온 사람이 어디에서 식사하고, 어디에서 쉬고, 어디를 더 방문할지 설계하는 일이 먼저다.

나는 금정에 상징적인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금정산국립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관문이나 전망 공간, 금정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알리는 복합공간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하다.

금정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 정하지 않은 채 건물부터 세우면, 그것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시설이 된다.

금정은 바다를 가진 다른 부산 지역을 흉내 낼 필요가 없다.

해운대와 같은 고층 건물을 만들 필요도 없고, 다른 도시의 유명한 조형물을 작게 복제할 이유도 없다.

금정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금정산과 범어사, 회동호와 온천천, 대학과 동네의 공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시.

관광객에게는 걷고 머물고 싶은 도시이고, 주민에게는 집을 나서면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도시.

아이에게는 자연이 놀이터가 되고, 청년에게는 문화와 창업의 기반이 되며, 어르신에게는 매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

그것이 금정만이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이다.

금정구에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정의 랜드마크는 멀리서 바라보는 거대한 건물 하나가 아니라, 숲과 도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금정다운 모습이어야 한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가진 것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

금정에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조형물이 아니다.

도시 전체에서 금정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